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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빠른 AI의 싸움, 드론과 사이버 공격이 함께 온다

by olnyone 2026. 7. 9.

목차

  1. 미사일 대신 드론, 전장의 경제학을 바꾼 무기
  2. 보이지 않는 전선, AI가 만든 사이버 공격
  3. 창과 방패를 동시에 쥔 인간, 더 빠른 AI의 싸움

더 빠른 AI의 싸움

 

예전에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보고 오래 남았던 생각이 있다. 완벽해 보이는 예측 시스템도 결국 그것을 쥔 인간의 손에서 비극으로 흐를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인간은 스스로 불완전하다는 걸 알기에 더 안전한 도구를 끊임없이 만들려 하면서도, 그 도구를 손에 쥐는 순간 다시 불안해한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뉴스를 보면서 그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 이 전쟁에서 가장 자주 보이는 무기는 미사일이 아니라 드론이었고, 그 드론들은 이제 AI를 만나 완전히 다른 무기가 되고 있었다.

처음엔 값비싼 미사일을 대신하는 저렴한 대체재로 등장한 드론이, 이제는 스스로 표적을 찾고 공격까지 결정하는 수준으로 진화하고 있다. SF 영화에서나 보던, 정찰과 공격을 동시에 수행하는 자율 드론이 현실의 전장에 이미 등장한 셈이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이 전선 뒤에는,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전쟁이 있다. AI가 취약점을 찾고 피싱 메일을 만들어내는 사이버 전쟁이다. 결국 이 모든 싸움은 어느 쪽의 AI가 더 빠르고 정교한가로 갈리고 있다.


1. 미사일 대신 드론, 전장의 경제학을 바꾼 무기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튀르키예산 '바이라크타르' 드론은 한 대에 50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68억 원이 들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기술자들이 자체 제작한 드론은 한 대에 450달러, 약 61만 원에 불과하다. 전쟁 2년 만에 드론 한 대의 비용이 기존의 1만 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셈이다. 여기에 레이싱 드론을 개조해 폭발물을 실은 FPV(1인칭 시점) 드론이 등장하면서 전장의 셈법이 완전히 바뀌었다. 조종사가 마치 게임을 하듯 실시간 화면을 보며 목표물로 정밀하게 돌진시키는 이 방식으로, 수백 달러짜리 드론이 수백만 달러짜리 전차와 자주포를 무력화하는 일이 흔해졌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생산량도 전쟁 초기 연간 수천 대에서 지금은 연간 수백만 대 규모로 늘었다.
이제 드론은 단순히 사람이 조종하는 저렴한 무기를 넘어, AI를 만나 스스로 판단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자체 개발한 '세이커(Saker)' 드론은 64가지 유형의 표적을 추적할 수 있고, 12km 거리까지 약 3kg의 폭탄을 실어 나르며, GPS 신호가 교란돼도 지상의 지형지물을 인식해 비행을 이어간다. 드론 기술업체 '더포스로'의 AI 모듈은 전파 교란으로 조종사와의 통신이 끊겨도, 목표물 전방 500m 지점부터는 드론이 스스로 판단해 타격을 마무리하도록 설계됐다. 키이우의 스타트업 '스워머'는 드론들이 서로 자율적으로 소통하며 공격 시점을 결정하는 군집(스웜) 기술을 8만 2천 건 넘는 실전 작전에 투입했다고 밝혔다. SF 영화 속에서나 보던, 정찰과 공격을 스스로 해내는 무기가 이미 현실의 전장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2. 보이지 않는 전선, AI가 만든 사이버 공격

드론이 눈에 보이는 전선을 바꾸는 동안, 보이지 않는 전선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일어났다. 2025년 상반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대상 사이버 작전은 AI를 만나 한층 정교해졌다. 러시아 해커 조직이 사용한 '렉스틸(WRECKSTEEL)'이라는 정보 탈취 악성코드는 정부 기관과 주요 기반시설을 노렸는데,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 코드의 구조와 난독화 방식에서 AI 도구로 생성된 흔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커 조직 '샌드웜'은 에너지·국방·통신·연구기관을 표적으로 정보 수집과 시스템 교란을 동시에 진행하는 방식으로 물리적 공격과 사이버 작전을 맞물려 돌렸다. 여기에 AI로 만든 가짜뉴스를 유포하고, 생성형 AI가 학습하는 데이터 자체를 조작해 검색 결과에 자국에 우호적인 정보가 노출되도록 하는 여론전까지 함께 벌어지고 있다.
일반 기업을 노리는 피싱 공격도 눈에 띄게 정교해졌다. IBM 엑스포스 연구팀은 단 5개의 프롬프트만으로 생성형 AI를 속여, 숙련된 공격자가 쓴 것과 거의 구분되지 않는 '매우 설득력 있는' 피싱 이메일을 단 5분 만에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어브노멀 시큐리티가 사이버보안 관계자 3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98%가 생성형 AI로 인한 보안 위험을 우려했고, 그중에서도 이메일 공격이 더 정교해지는 것을 가장 큰 걱정거리로 꼽았다. 예전에는 어색한 문법이나 어색한 표현으로 걸러낼 수 있던 피싱 메일이, 이제는 진짜와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올라온 셈이다.

3. 창과 방패를 동시에 쥔 인간, 더 빠른 AI의 싸움

같은 기술은 반대편에서 방패로도 쓰인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시큐리티 코파일럿'은 GPT-4를 기반으로 자사의 방대한 위협 인텔리전스를 결합한 AI 보안 도구로, 실제로 AI가 생성한 코드를 활용한 피싱 공격이 이 도구의 탐지 과정을 거쳐 마이크로소프트 디펜더에 의해 차단된 사례가 보고됐다. AI 보안 도구를 일찍 도입한 기업일수록 계속 진화하는 공격 수법을 빠르게 수집하고 추론해 악성코드를 더 빨리 걸러낸다는 분석도 나온다. 드론이든 이메일이든, 결국 공격과 방어 양쪽 모두에 AI가 붙어 있는 셈이다. 방어 쪽 AI가 조금이라도 느리면 뚫리고, 공격 쪽 AI가 조금이라도 무뎌지면 막힌다는 점에서, 이 싸움은 처음부터 속도의 경쟁으로 설계돼 있다.
인간은 스스로 불완전하다는 걸 알기에 더 안전한 도구를 끊임없이 만들려 하면서도, 정작 그 도구를 손에 쥐는 순간부터 다시 불안해하는 존재다. 드론이 스스로 표적을 결정하고, 사이버 무기가 스스로 코드를 짜내는 지금, 그 아이러니는 예전 영화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현실에 가까워졌다. 공격하는 쪽도 방어하는 쪽도 결국 같은 종류의 AI 기술을 손에 쥐고 있다는 점에서, 이 싸움은 기술 자체의 우열보다 그걸 얼마나 빨리, 얼마나 신중하게 쓰는 인간이 붙어 있느냐의 문제로 돌아온다. 완벽한 도구를 만들려는 인간의 본능과, 그 도구를 다루는 인간에 대한 불안은 앞으로도 나란히 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결론: 결국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그것을 쥔 손이다

값비싼 미사일을 대신하던 드론이 스스로 표적을 찾는 무기로 진화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사이버 전선에서는 AI가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맡고 있다. 두 전선 모두에서 확인되는 건 결국 같은 사실이다. 기술은 그 자체로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고, 그걸 쥔 손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보며 느꼈던 그 오래된 불안이, 이제는 영화가 아니라 뉴스에서 매일 확인되고 있다. 보안의 미래가 '더 빠른 AI'의 싸움이라는 말은 맞지만, 그 싸움을 어디로 이끌지는 여전히 인간의 몫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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