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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과 SNS, 세계는 왜 알고리즘을 규제하기 시작했나

by olnyone 2026. 7. 23.

목차

  1. 페이스북도 알고 있었다 — 인스타그램과 10대의 자존감
  2. 분노가 돈이 되는 구조 — 알고리즘은 왜 우리를 자극하는가
  3. 세계가 내놓은 답 — 청소년 SNS 금지법이 말해주는 것

청소년과 SNS

 

나는 오랫동안 세대를 넘는 이해심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며 살았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나보다 스무 살 가까이 어린 세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는 순간들이 생겼다. 처음에는 '요즘 애들은 왜 이렇게 여릴까' 하는 편견 어린 물음이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답을 하나로 단정할 수는 없다. 부모의 세심한 보살핌 아래, 예전보다 훨씬 안전해진 도시 환경에서 자란 세대인 만큼, 스스로 크고 작은 위기를 헤쳐나갈 기회 자체가 줄어든 영향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러 원인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하루 종일 손에서 놓지 않는 화면, 그리고 그 화면 속에서 감정을 쥐고 흔드는 알고리즘이다. 다른 원인들과 달리 이것만큼은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가 한 목소리로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실제 규제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그 무게가 다르게 느껴진다.


1. 페이스북도 알고 있었다 — 인스타그램과 10대의 자존감

2021년, 월스트리트저널이 페이스북 내부 문건을 입수해 보도한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페이스북은 3년에 걸쳐 인스타그램이 청소년, 특히 10대 여자아이들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자체적으로 연구해왔다. 2019년 내부 발표 자료에는 "우리는 10대 여자아이 세 명 중 한 명에게 신체 이미지 문제를 더 악화시킨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인스타그램에 깊이 빠진 일부 10대들에게는 또래 압박이 신체 이미지 문제와 섭식장애로까지 이어졌다는 내용도 담겨 있었다.
회사 측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12개 항목의 어려움 중 11개 항목에서, 그 어려움을 겪고 있던 10대 여자아이들 스스로 인스타그램이 상황을 더 나빠지게 하기보다 오히려 낫게 만들었다고 답했다는 자료를 내놓았다. 하지만 이미 세상에 알려진 내부 자료의 무게를 되돌리기는 어려웠다. 미국 상원의원들은 청문회에서 회사 임원을 강하게 추궁했고,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과 아동 발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분노가 들끓었다. 기업 스스로 위험을 인지하고도 공개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 사안을 단순한 논쟁이 아니라 신뢰의 문제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돌이켜보면 이 사건이 특별했던 이유는 따로 있다. 그전까지 SNS가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부모나 교사의 막연한 우려, 혹은 몇몇 연구자의 논문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름 아닌 플랫폼을 만든 기업 스스로가 그 위험성을 데이터로 확인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 폭로는 이후 여러 나라의 정치권이 SNS 규제 논의를 본격적으로 꺼내드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2. 분노가 돈이 되는 구조 — 알고리즘은 왜 우리를 자극하는가

그렇다면 왜 하필 이런 콘텐츠가 반복해서 노출되는 걸까. 답은 단순하다. SNS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앱에 더 오래 머물도록 설계되어 있고, 사람의 시선을 가장 오래 붙잡는 감정은 대체로 분노, 불안, 질투 같은 부정적 감정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연구에서는 참여도(engagement) 기반 알고리즘이 골라낸 게시물 가운데 분노를 담은 내용의 비율이, 시간순으로 게시물을 나열했을 때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 그리고 이런 게시물을 읽은 사람들은 분노와 슬픔, 불안을 실제로 더 많이 느낀다는 결과도 함께 확인됐다.
더 흥미로운 지점은, 정작 이용자들이 이런 콘텐츠를 선호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알고리즘이 추천한 자극적인 게시물은 시간순으로 나열된 게시물보다 오히려 사용자 만족도가 낮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다시 말해 알고리즘은 우리가 원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화면 앞을 떠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을 보여준다. 그 결과 감정은 소모되고,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에 대한 반감은 커지며, 정작 스스로는 그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워진다.
성인도 이런 구조 앞에서 자신의 감정을 지키기 쉽지 않은데, 아직 자아상이 단단히 굳지 않은 청소년이라면 그 영향은 더 클 수밖에 없다. 또래와 끊임없이 비교하게 되는 나이에, 알고리즘이 골라주는 화면은 하루 종일 누군가의 가장 화려한 순간과 가장 자극적인 논쟁만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문제는 이 설계가 우연이 아니라 더 오래 머무르게 하려는 목적에서 나온 결과라는 점이다.

3. 세계가 내놓은 답 — 청소년 SNS 금지법이 말해주는 것

이런 문제의식은 이제 개별 국가의 정책으로 옮겨가고 있다. 2025년 12월, 호주는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의 SNS 이용을 전면 차단하는 법을 시행에 옮겼다. 플랫폼이 이를 어길 경우 최대 4950만 호주달러에 이르는 벌금을 물어야 한다. 그리고 2026년 7월 21일에는 프랑스 의회가 15세 미만의 SNS 이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며, 유럽연합 국가 중 처음으로 전면적인 금지에 나섰다. 새 계정 생성 제한은 9월 1일부터, 기존 계정에 대한 적용은 2027년 1월부터 순차적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이 흐름은 프랑스와 호주에 그치지 않는다. 말레이시아와 노르웨이는 2026년 안에 16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 금지 법안을 준비 중이고, 폴란드는 15세, 오스트리아는 14세를 기준으로 나이 인증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다. 덴마크와 포르투갈, 브라질도 각각 이용 연령 제한이나 보호자 동의 의무화, 무한 스크롤 같은 중독성 기능 금지를 법제화했다. 서로 다른 정치 체제와 문화를 가진 나라들이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 문제가 더 이상 개인의 의지나 부모의 훈육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점을 방증한다.
유럽연합 차원에서도 움직임이 있다. 별도로 꾸려진 전문가 패널은 플랫폼 기업들이 자사 서비스의 안전성을 입증하기 전까지는 13세 미만의 이용을 아예 막아야 한다는 권고안을 내놓았고,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도 관련 제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물론 이 모든 법안이 실제로 얼마나 효과적으로 집행될 수 있을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 나이 인증을 우회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고, 일부 정치인들은 이런 규제가 표현의 자유나 개인정보 문제와 충돌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이만큼 많은 나라가 동시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는 사실 자체가, 이 문제를 더는 미룰 수 없는 수준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신호임은 분명하다.


결론: 규제와 감지 사이,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손에 달린 미래

법으로 나이를 막는 것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프랑스의 법안조차 미성년자나 부모에 대한 처벌 조항 없이 플랫폼의 책임만을 규정하고 있고, 일부 정치인들은 이 법이 사실상 집행 불가능하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같은 시기, 메타는 정반대의 접근을 내놓았다. 자사 AI 챗봇 대화에서 자해나 위기 신호가 감지되면, 사람이 직접 검토한 뒤 부모에게 알리는 기능을 미국과 영국, 호주, 캐나다에서 순차적으로 도입한 것이다. 규제가 아이들을 화면 밖으로 밀어내는 방식이라면, 이 기능은 아이들이 화면 안에 있더라도 위험 신호를 놓치지 않겠다는 접근이다.
결국 같은 기술이 문제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해법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나는 한때 나보다 어린 세대를 두고 "왜 이렇게 여릴까" 편견 어린 시선으로 바라봤지만, 이제는 그들이 마주한 화면 너머의 구조를 조금은 이해하게 됐다.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도 사람이고, 그 알고리즘에 위험 신호를 감지하는 기능을 더하는 것도 결국 사람이다. AI가 정신건강의 위협이 될지 해결사가 될지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설계하는 사람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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