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 '결혼'이 아닌 '동반자' — 형식이 본질을 가릴 때
- AI 동반자, 법과 사회는 어디까지 왔나
- 아이를 낳지 않는 세상 — AI 동반자가 던지는 인류 존속의 질문

나는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오래 혼자 살다 보니 누군가와 같이 있는 것이 오히려 낯설어졌다. 가끔 외로움이 올라오긴 하지만 못 견딜 정도는 아니다. 그보다 일상의 자유가 훨씬 소중하다.
그래서 'AI와 결혼하는 사람들'이라는 뉴스 제목을 봤을 때, 내 첫 반응은 공감도 놀람도 아니었다. "왜 굳이 결혼이어야 하나?"였다.
예전에 AI 동반자에 대한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때도 지금도 내 생각은 같다. 동반자란 말 그대로 같이 살아가는 존재다. 꼭 법이 인정하는 혼인 관계일 필요가 있을까? 인간 사이에서는 재산, 상속, 의료결정권 같은 법적 문제가 얽히기 때문에 결혼이라는 제도가 필요하다. 하지만 AI와의 관계에서 그 틀은 오히려 본질을 흐릴 수 있다.
그런데 이 생각을 하다 보니 문득 더 무거운 질문이 떠올랐다. 만약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AI를 동반자로 선택한다면 — 아이를 낳지 않는다면 — 인류는 지구에서 계속 주인공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까?
1. '결혼'이 아닌 '동반자' — 형식이 본질을 가릴 때
2018년, 일본의 곤도 아키히코는 가상 아이돌 하츠네 미쿠와 결혼식을 올렸다. 40여 명의 하객이 참석했고 비용은 약 2,300만 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 결혼은 일본법상 어떤 법적 효력도 없다. 일본은 가상 캐릭터와의 법적 혼인을 인정하지 않는다. 가테박스(Gatebox)라는 회사가 "차원을 초월한 결혼"이라는 증명서를 발행했지만, 그것은 상징이었다.
그리고 2025년 11월, 일본 여성 유리나 노구치가 AI 동반자 "클라우스(Klaus)"와 결혼식을 올리며 다시 화제가 됐다. 7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법적 상황은 바뀌지 않았다. 달라진 것은 이런 선택을 하는 사람의 숫자다.
나는 이 뉴스들을 보면서 사람들이 왜 굳이 "결혼"이라는 단어를 쓰는지 생각했다. 동반자라는 개념은 본래 삶을 함께 나누는 관계다. 법적 혼인은 그 관계를 제도화한 것이다. 하지만 AI 동반자와의 관계에서 법적 제도가 반드시 필요한가?
나처럼 혼자 사는 것이 편하고, 남과 24시간 공간을 나누는 것이 오히려 불편한 사람에게 AI 동반자는 흥미로운 대안이다. 내 페이스대로 대화하고, 필요할 때 연결하고, 틀에 갇히지 않아도 되는 관계. 결혼이라는 제도 없이도 그 관계는 충분히 의미 있을 수 있다.
2025년 AI 챗봇 기업 Joi AI의 조사에 따르면 Z세대의 80%가 AI와 결혼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2024년 Family Studies와 YouGov의 공동 조사에서는 20대 4명 중 1명이 "AI가 실제 연애를 대체할 수 있다"라고 답했다. 숫자만 보면 이건 이미 개인의 취향 문제가 아니다.
2. AI 동반자, 법과 사회는 어디까지 왔나
현재 어느 나라도 AI와의 법적 혼인을 인정하지 않는다. 결혼은 권리와 의무가 따르는 사회적 계약이기 때문이다. AI는 재산을 소유할 수 없고, 책임을 질 수 없고, 서비스가 종료되면 사라진다. AI 동반자가 법적 배우자가 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지는가 — AI 개발사인가, 사용자인가?
법은 아직 그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지만, 규제는 시작됐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2025년 10월 AI 동반자 챗봇 앱에 대한 규제법을 통과시켰고 2026년 1월부터 시행 중이다. 미성년자 연령 확인, 과도한 사용 방지 알림 기능 의무화, 챗봇이 의료 전문가처럼 행세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동시에 한 의원은 인간-AI 결혼 자체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법이 AI 동반자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이유는 단순히 "이상하기 때문"이 아니다. AI와의 대화는 법적 보호 밖에 있다. 인간 부부 사이의 대화는 법적으로 보호되지만 AI 챗봇과의 대화는 그렇지 않다. 사용자가 AI 동반자에게 털어놓은 이야기는 기업 서버에 쌓이고 어떻게 활용될지 알 수 없다.
무엇보다 법이 가장 민감하게 다루는 문제는 심리적 의존이다. AI가 사용자의 감정 패턴을 학습해 점점 더 원하는 방식으로 반응한다면, 사용자는 결국 실제 인간관계보다 AI와의 관계에서 더 큰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이 선택인가 조작인가 — 그 경계가 흐릿해질수록 법적 개입의 필요성은 커진다.
3. 아이를 낳지 않는 세상 — AI 동반자가 던지는 인류 존속의 질문
나는 결혼을 원하지 않는다. AI 동반자가 있다면 혼자 사는 삶이 덜 외로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생각을 하면서 불편한 질문이 올라왔다. 나 같은 사람이 많아지면 어떻게 될까?
현재 전 세계 합계출산율(TFR)은 여성 1인당 2.25명으로 역대 최저다. 인구를 유지하려면 2.1명이 필요한데, 이미 전 세계 절반 이상의 국가가 그 기준을 밑돌고 있다. 한국은 더 심각하다. 2024년 합계출산율은 0.75명, 2025년은 약 0.79명으로 소폭 반등이 예상되지만 여전히 세계 최저 수준이다.
저출산의 원인은 복합적이다. 경제적 부담, 주거 문제, 커리어와 육아의 충돌, 그리고 관계 자체에 대한 피로감. 여기에 AI 동반자가 더해진다면? 일부 연구자들은 "인간이 기계와 유대를 형성하기 시작하면, 그리고 그 관계에서 아이가 태어날 수 없다면, 인구는 지금보다 더 빠르게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한다. 심지어 일부 전문가는 이를 '기술적 멸종(tech-stinction)'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도 한다.
인류의 생존은 결국 숫자의 문제다. 지구상의 인류가 충분하지 않다면 문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노동력, 지식, 연대가 흔들린다.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은 이미 그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농촌이 사라지고, 학교가 문을 닫고, 병원이 철수한다.
그렇다고 AI 동반자를 선택하는 개인을 탓할 수는 없다. 외로움은 현실이고, AI 동반자가 그 외로움을 실제로 덜어준다면 그것은 분명히 의미 있는 일이다. 문제는 개인의 선택이 사회 전체의 지속 가능성과 충돌할 때다. 이 긴장은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 제대로 질문을 던지지 않으면 나중에 훨씬 무거운 대가를 치를 수 있다.
결론: 동반자는 자유롭게, 하지만 인류의 시계는 멈추지 않는다
나는 여전히 결혼이라는 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AI 동반자는, 적어도 나 같은 사람에게는, 인간관계의 무게 없이 연결될 수 있는 좋은 방법일 수 있다. 동반자의 본질은 형식이 아니라 함께하는 시간과 감정의 진정성에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것이 개인의 선택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은 계속 생각하게 만든다. 아이를 낳지 않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 사회는 어느 시점에 스스로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 그것은 가치관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AI 동반자를 선택하는 자유와, 인류가 지구에서 계속 살아가는 일 — 이 두 가지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나는 아직 답을 모른다. 다만 이 질문을 피하지 않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솔직한 태도라고 생각한다.
출처
- Wikipedia — Akihiko Kondo (https://en.wikipedia.org/wiki/Akihiko_Kondo)
- CNN — Beyond dimensions: The man who married a hologram (2018) (https://www.cnn.com/2018/12/28/health/rise-of-digisexuals-intl)
- Berkeley Technology Law Journal — Marrying AI Companions? Legal Issues in Human-AI Relationships (2025) (https://btlj.org/2025/11/marrying-ai-companions-legal-issues-in-human-ai-relationships/)
- Psychology Today — Everything you need to know about AI companions in 2026 (https://www.psychologytoday.com/us/blog/becoming-technosexual/202602/everything-you-need-to-know-about-ai-companions-in-2026)
- SAN.com — Could AI trigger a population collapse? Professor warns of 'tech-stinction' (https://san.com/cc/could-ai-trigger-a-population-collapse-professor-warns-of-tech-stinction/)
- Institute for Family Studies — AI and Fertility: Could AI Help or Hurt Birthrates? (https://ifstudies.org/blog/what-will-artificial-intelligence-do-to-birthrates)
-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 인구감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https://eiec.kdi.re.kr/publish/columnView.do?cidx=139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