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 지구와의 24분 — 화성 식민지는 AI가 혼자 판단해야 한다
- 로봇이 먼저 간다 — 인간이 도착하기 전에 기지를 짓는 존재들
- 역사상 가장 많은 권한을 받은 AI — 이게 정말 괜찮은 걸까

나는 어릴 때부터 이상한 갈증이 있었다. 한 나라의 한 지역에서 태어나 평생 그 반경 안에서 살다 죽는 것 — 그게 너무 좁게 느껴졌다. 그래서 세계여행이 꿈이 됐다. 죽기 전에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보고 싶다는 생각.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세계여행은 차선책이다. 진짜 가고 싶은 곳은 우주다.
지금 그 우주로 가는 문이 실제로 열리고 있다. 스페이스 X는 화성 식민지 계획을 진행 중이고, 2026년에는 무인 스타십을 화성으로 보낼 계획을 세우고 있다. 머스크가 2026년 2월 달 임무를 이유로 화성 유인 착륙을 5~7년 늦추긴 했지만, 2030년대 중후반에는 인간이 화성에 발을 디딜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그리고 그 계획의 핵심에는 AI가 있다. 화성에 처음 가는 건 인간이 아니다.
1. 지구와의 24분 — 화성 식민지는 AI가 혼자 판단해야 한다
지구에서 화성으로 신호를 보내면 얼마나 걸릴까. 두 행성의 위치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3분에서 최대 24분이 걸린다. 편도로. 화성에서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지구에 연락하고 답을 받으면 이미 최대 48분이 지난 뒤다.
화성 식민지에서 산소 공급 시스템에 오류가 생겼다고 상상해보자. 지구에 물어볼 시간이 없다. 생명유지 시스템을 관리하는 AI가 그 자리에서 판단을 내려야 한다. 태양풍이 기지를 강타할 때도, 방사선 수치가 급등할 때도, 구조물에 균열이 생길 때도 마찬가지다. 화성의 인간은 AI의 판단에 목숨을 맡기는 상황이 일상이 된다.
이건 지금 우리가 AI에게 맡기는 것과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자율주행차가 사고를 낼 수도 있는 것처럼, 화성의 AI가 잘못된 판단을 내리면 돌이킬 수 없다. 지구와의 통신 지연은 인간이 개입할 여지 자체를 없앤다. 그래서 화성 식민지는 역설적으로 AI 기술이 가장 완성에 가까워야 하는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2. 로봇이 먼저 간다 — 인간이 도착하기 전에 기지를 짓는 존재들
스페이스 X의 계획에서 인상적인 부분이 있다. 첫 번째 무인 스타십에는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Optimus)가 탑재될 예정이다. 로봇들이 화성에 먼저 내려 지반을 탐사하고, 자원을 조사하고, 기초 인프라를 구축한다. 인간이 도착하기 전에, AI와 로봇이 살 곳을 만들어 놓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이건 상당히 상징적인 장면이다. 인류 역사에서 새로운 땅을 개척할 때는 언제나 사람이 먼저 갔다. 거친 땅에 발을 딛고, 위험을 감수하고, 직접 집을 지었다. 화성에서는 그 첫 번째 역할을 AI와 로봇이 맡는다. 인간이 직접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감수하는 존재를 먼저 보내는 것이다.
이미 NASA의 퍼시비어런스 로버와 인제뉴이티 헬리콥터가 화성을 탐사 중이다. 이것들은 원격 조종과 자율 판단이 혼합된 방식으로 작동한다. 화성 기지 건설에 투입될 로봇들은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완전한 자율 운영이 목표다. 굴착, 시추, 건설 작업을 AI가 스스로 판단하며 진행한다. 지구에서 매번 명령을 내릴 수 없으니까.
3. 역사상 가장 많은 권한을 받은 AI — 이게 정말 괜찮은 걸까
화성 식민지 계획은 AI에게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권한을 위임하는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 자율적으로 건물을 짓고, 생명유지 시스템을 운영하고, 위기 상황에서 인간의 생사를 좌우하는 결정을 내리는 AI. 지구에서라면 논란이 될 수준의 권한이, 화성에서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다.
나는 AI의 판단을 신뢰하는 편이지만, 그게 완전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AI도 실수를 한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지구에서라면 인간이 개입해 수정할 수 있지만, 화성에서는 그 여유가 없다.
완전하지 않은 존재가 만든 완전하지 않은 AI에게, 또 다른 완전하지 않은 인간의 생존을 맡기는 것 — 그것이 화성 식민지의 본질이다.
이게 틀린 선택이라는 말이 아니다. 어떤 도전도 위험을 수반한다. 다만 그 위험의 성격이 이전과는 다르다. 과거의 탐험은 인간이 위험을 직접 감수했다. 화성에서는 AI의 판단이 옳은지 틀린 지를 실시간으로 검증하기 어렵다는 새로운 종류의 위험이 추가된다.
어쩌면 그래서 더 인상적이다. 인류는 충분히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 가기로 했다. AI에게 권한을 맡기기로 했다. 그것 자체가 이미 대단한 도전이다.
결론: 우리 세대는 그 문이 열리는 것만 볼 것이다
나는 아마 화성에 가지 못할 것이다. 우주 개발의 초기 시기에 살고 있고, 초기에는 돈이 많은 사람만 갈 수 있는 곳일 테니까. 수명 연장 기술이 발전한다지만 — 글쎄, 그게 나에게 해당될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나쁘지 않다. 로봇이 화성에 먼저 착륙하는 장면을, AI가 기지를 짓는 과정을, 처음으로 인간이 화성 표면에 발을 딛는 순간을 — 그 문이 열리는 것만큼은 볼 수 있을 것이다.
세계여행이 꿈인 이유가 사실 '가능한 데까지 가보고 싶다'는 것이었다면, 어쩌면 그것으로도 충분한 이야기다. 인류가 가능한 데까지 가보는 것을 지켜보는 것. 그리고 그 길을 여는 데 AI가 있다는 것.
우주 식민지는 AI가 만드는 가장 위험하고, 가장 원대한 프로젝트다. 그리고 인류는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
출처
- SpaceX will start launching Starships to Mars in 2026, Elon Musk says (Space.com)
- Musk says 50-50 chance of sending uncrewed Starship to Mars by late 2026 (Al Jazeera)
- AI-Driven Innovations for Mars Underground Bases (Blockchain.news)
- Towards sustainable horizons: A comprehensive blueprint for Mars colonization (PM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