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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연애 시장, AI 매칭, 설렘은 가능할까?

by olnyone 2026. 7. 8.

목차

  1. 스와이프에서 매칭 점수로, 이미 시작된 AI 연애 시장
  2. 인구 절벽 앞의 나라들, AI 매칭에 거는 기대와 우려
  3. 알고리즘이 고른 사람 앞에서 설렘은 가능할까

AI 연애 시장, AI 매칭

 

나는 사람을 새로 만나는 데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았다. 오랫동안 혼자 지내는 게 편했고, 그러다 보니 누군가와 함께 있는 상황 자체가 조금 불편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래서인지 소개팅이나 데이팅 앱 같은, '누군가 골라주는 만남' 방식에는 늘 거리를 뒀다. 그런데 최근 데이팅 앱들이 단순히 사진과 프로필을 넘어, 메시지 습관과 가치관 설문까지 분석해 궁합 점수를 매기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우연히 마주쳐 설레던 만남이, 이제는 알고리즘이 미리 계산해 주는 확률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몇 년 전 나는 "결혼이라는 형식에 갇혀 살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담아 글을 쓴 적이 있다. 법적 절차 없이 자유롭게 함께할 수 있는 동반자로 AI를 떠올렸던 그 생각이, 이번에는 다른 각도에서 다시 떠올랐다. 사람을 만나는 첫 단계부터 AI가 개입한다면, 그 관계의 시작점 자체가 완전히 달라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일부 국가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이런 AI 매칭을 저출산 대책으로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1. 스와이프에서 매칭 점수로, 이미 시작된 AI 연애 시장

데이팅 앱들은 이미 스와이프 방식을 넘어 AI 기반 맞춤 매칭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틴더는 이용자의 사진과 프로필을 분석해 궁합을 맞추는 '케미스트리(Chemistry)' 기능을 선보였고, 범블은 AI 비서 '비(Bee)'를 통해 이용자의 가치관에 맞는 상대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재편했다. 범블 측은 일부 시장에서 아예 스와이프 기능을 없애는 실험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도 '비긴즈'는 AI가 프로필 사진의 구도와 포즈를 진단해주고, '커피팅'은 SNS 분석으로 이용자의 성향을 파악하며, '궁합팅'은 궁합을 1점부터 100점까지 점수로 보여주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결국 이런 서비스들이 하는 일은, 이용자의 과거 연애 패턴과 메시지 스타일, 가치관 설문 같은 데이터를 종합해 상대와의 궁합을 수치로 환산하는 것이다. 나는 오랫동안 혼자 지내는 시간에 익숙해진 사람이라, 이런 식으로 '누군가 골라주는 만남'에는 본능적으로 거리를 뒀다. 그런데 막상 살펴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 방식에 익숙해져 있었다. 스와이프에 지친 이용자들을 붙잡기 위해 데이팅 업계 전체가 AI 매칭으로 방향을 트는 걸 보면, 이 흐름은 이제 거스르기 어려운 단계에 들어선 것 같다. 만남의 방식 자체가 통째로 재편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2. 인구 절벽 앞의 나라들, AI 매칭에 거는 기대와 우려

이 흐름이 가장 적극적으로 실험되고 있는 곳은 중국이다. 중국 정부는 인구절벽 문제의 해법 중 하나로 소개팅 앱을 주목하고, IT 기업 전반에 강한 규제를 가하면서도 유독 소개팅 앱에는 규제를 느슨하게 적용하고 있다. 모모·탄탄·소울 등 3대 소개팅 앱의 월간 활성 이용자는 1억 5천만 명을 넘고, 지난해 소개팅 앱과 사회관계망 업체에 투자된 금액은 약 53억 달러로 2019년 대비 18배나 늘었다. 그런데 정작 일부 젊은 여성들은 현실의 연애 대신 AI와 '200번 넘게 데이트'를 하는 쪽을 택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정부가 기대한 결혼·출산 장려와, 실제로 퍼지고 있는 AI 연애 사이에 방향이 어긋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의 상황도 단순하지 않다. 30대 미혼율은 51.3%로 이미 절반을 넘었고 20대는 95.2%에 달하지만, 25~29세 미혼 여성의 결혼 의향은 1년 전 48.2%에서 57.4%로 오히려 올랐다. 저출생 대책으로 미혼 남녀가 가장 많이 꼽은 것은 AI 매칭 같은 기술적 해법이 아니라 주거 지원(33.4%)이었다. 몇 년 전 나는 AI 동반자를 선택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인구가 줄어들 수 있다는 걱정을 글에 담은 적이 있는데, 지금 보니 그 걱정은 기술 자체보다 결혼과 출산을 가로막는 현실적인 여건과 더 깊이 얽혀 있는 문제였다. AI 매칭이 아무리 정교해져도, 주거와 생활비 같은 현실의 벽을 대신 낮춰주지는 못한다.

3. 알고리즘이 고른 사람 앞에서 설렘은 가능할까

설렘이라는 감정은 본래 예측 불가능성에서 온다는 통념이 있다. 우연히 마주친 사람, 계획하지 않았던 대화, 뜻밖의 공통점 같은 것들이 그 감정을 만든다고 믿어왔다. 그런데 AI가 데이터를 근거로 '이 사람이 당신과 맞다'고 먼저 알려준 상태에서 만남이 시작된다면, 그 설렘의 조건 자체가 달라진다. 상대를 알아가는 과정이 아니라 이미 검증된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나는 결혼이라는 형식에도 회의적이었던 사람이라 이 변화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다만 그 만남이 '결과'로 시작되느냐 '과정'으로 시작되느냐는,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알고리즘이 만남의 문턱까지는 낮춰줄 수 있어도, 그 이후에 두 사람 사이에 실제로 쌓이는 감정까지 대신 만들어주지는 못한다. 궁합 점수가 아무리 높아도 실제로 만나 대화해보면 어긋나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데이터로는 낮은 궁합이 나온 상대에게서 뜻밖의 편안함을 느끼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사랑이 완전히 우연의 산물로만 남을지, 아니면 AI가 제시하는 확률에 가까운 결과물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건, 그 사람과 함께한 시간이 쌓이기 전까지는 그 답도 미리 계산될 수 없다는 것이다. 알고리즘은 확률을 보여줄 수 있어도, 그 확률 뒤에 실제로 마음이 움직이는지는 결국 만나본 사람만 알 수 있다.


결론: 사랑은 우연으로 남을까, 최적화된 결과가 될까

오랫동안 혼자 지내는 게 편했던 나에게도, 데이팅 앱이 사진과 프로필을 넘어 가치관과 메시지 습관까지 분석하는 시대가 왔다는 사실은 낯설다. 중국은 인구절벽 앞에서 AI 매칭에 기대를 걸면서도 동시에 AI 연애의 확산을 걱정하고, 한국은 기술보다 주거 같은 현실적인 문제를 결혼의 더 큰 장벽으로 꼽는다. 이 모든 걸 보면 결국 AI가 바꿀 수 있는 건 '만남의 첫 단계'까지이고, 그 이후에 쌓이는 진짜 감정은 여전히 사람의 몫으로 남아 있는 것 같다. 알고리즘이 배우자를 찾아주는 시대가 오더라도, 사랑이 우연의 산물이라는 오래된 믿음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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