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 AI 자율무기와 드론 떼 — 현대전의 새로운 얼굴
- 사이버 전쟁 — 총과 칼 없는 디지털 전선
- 킬러 로봇 금지 협약 — 국제 사회의 경고

저는 군사 전문가가 아닙니다. 인테리어 현장을 뛰어다니고 LED 스크린을 납품하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2026년 2월 28일, 뉴스 앱에서 속보 알림이 울렸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것이었습니다. "이번 전쟁은 예전과 다르겠구나." 뉴스에는 '드론 떼', 'AI 표적 선정', 'GPS 교란'이라는 단어들이 쏟아졌습니다. 총칼과 탱크의 이미지 대신, 컴퓨터 화면과 알고리즘이 전장을 지배하는 그림이 그려졌습니다.
세계 석유 소비의 약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 2026년 3월, 이란의 드론 보트(USV, 무인 수상정)가 그 바다를 지나는 유조선을 공격했습니다. 국가가 주도한 사상 첫 드론 보트 공격이었습니다. 이란-미국-이스라엘 간의 충돌은 AI가 전쟁의 방식 자체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전 세계에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무대가 됐습니다. 저처럼 현장을 뛰는 사람도 이 흐름을 외면할 수 없습니다. AI는 공장과 사무실만이 아니라, 이미 전쟁터에서도 결정을 내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1. AI 자율무기와 드론 떼 — 현대전의 새로운 얼굴
현대 전쟁에서 드론은 단순한 정찰 도구를 넘어 AI가 결합된 자율 살상 무기 체계(LAWS, Lethal Autonomous Weapons Systems)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튀르키예 방산기업 바이카르(Baykar)는 2025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명해진 바이락타르 TB2(Bayraktar TB2)의 AI 강화 버전인 TB2T-AI를 공개했습니다. 이 기종은 전자 교란 환경에서도 시각 정보만으로 자율 비행·표적 식별·타격이 가능하며, 이착륙도 완전 자동으로 수행합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바이카르의 K2 가미카제 UAV는 5대가 편대를 이뤄 협력 스웜(swarm) 비행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완료했습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AI 드론 전쟁의 실험장이 됐습니다. 우크라이나 기업 스워머(Swarmer)가 개발한 드론 스웜 기술은 2025년 여름 기준 100회 이상의 실전 작전에 투입됐습니다. 이 기술은 드론 집단이 자율적으로 역할을 분담하고, 한 대가 격추되거나 전원이 소진되면 나머지가 임무를 이어받는 구조입니다. 러시아도 뒤처지지 않았습니다. 격추된 러시아 샤헤드(Shahed) 드론 잔해에서 엔비디아(NVIDIA) AI 칩셋과 야간 자율 추적이 가능한 열화상 모듈이 발견됐습니다. 드론끼리 통신하며 교란 구역을 서로 알려주고, 피격된 드론의 임무를 다른 드론이 인계받는 수준까지 발전하고 있습니다.
공격과 방어 양쪽에서 AI는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요? 핵심 기능을 아래 표로 정리했습니다.
| 구분 | 공격용 AI | 방어용 AI |
|---|---|---|
| 표적 선정 | AI 알고리즘이 위성·드론 영상을 실시간 분석, 표적 자동 식별 | 적 미사일·드론의 궤도 예측, 요격 시스템 자동 작동 |
| 드론 운용 | 수십~수백 대 드론이 AI로 협력, 방공망 포화 전술 | AI 안티드론 시스템이 스웜을 감지·분류·무력화 |
| 사이버 공격 | AI가 취약점을 자동 탐색해 인프라 침투 속도 극대화 | 머신러닝 기반 침입 탐지로 이상 트래픽 실시간 차단 |
| 의사결정 지원 | AI 지휘 시스템이 최적 공격 경로·타이밍 제안 | AI 정보 분석으로 공격 징후를 수 시간 전에 경고 |
전쟁 방식의 근본이 바뀌고 있습니다. 싸우는 속도와 판단의 속도, 그 두 가지 모두 이제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려 하고 있습니다.
2. 사이버 전쟁 — 총과 칼 없는 디지털 전선
전쟁이 물리적 공간만의 이야기가 아닌 시대가 된 것은 2010년대부터였습니다. 그 시작점에는 스턱스넷(Stuxnet)이 있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동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이 악성코드는 이란 나탄즈(Natanz) 핵시설에 침투해 원심분리기 약 1,000대를 파괴했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카메라는 해당 기간 동안 시설 내 원심분리기가 갑작스럽게 해체·제거되는 장면을 기록했습니다. 총 한 방도 쏘지 않고, 이란의 핵 개발 프로그램을 수년간 후퇴시킨 것입니다. 사이버 무기가 물리적 무기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을 세상에 처음으로 증명한 사건이었습니다.
2026년의 이란 전쟁에서 사이버 공격은 한 차원 더 고도화됐습니다. 이란 연계 해커 그룹(APT 행위자)들은 미국의 수도·에너지·정부 시스템에 사용되는 PLC(프로그래머블 논리 컨트롤러, Programmable Logic Controller)를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록웰 오토메이션(Rockwell Automation)과 앨런-브래들리(Allen-Bradley) 제품의 취약점을 이용해 인프라 마비를 시도했습니다.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과 이란·이라크 상공에서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GPS 스푸핑(Spoofing)과 재밍(Jamming)이 발생해 해운·항공 운항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했습니다. 2026년 3월 이후 호르무즈 통과 선박 수는 한때 90% 감소했고, 같은 달 1일에는 이란의 무인 수상정이 걸프만에서 유조선을 공격하는 사상 첫 국가 주도 드론 보트 공격이 발생했습니다.
미군도 AI를 전장에 직접 투입했습니다. 미국 국방부의 프로젝트 메이번(Project Maven)은 드론과 위성 영상을 AI로 분석해 표적 정보를 제공하는 시스템입니다. 2026년 이란 작전에서 메이번이 표적 선정 지원에 활용됐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챗GPT가 자연어를 처리하듯, 메이번은 전장 이미지를 처리해 위협 요소를 분류합니다. 사이버 전쟁은 더 이상 영화 속 해커 이야기가 아닙니다. 전기, 수도, 통신망이 타깃이 되는 현실이며, 인터넷에 연결된 모든 인프라는 잠재적인 전선이 됐습니다.
3. 킬러 로봇 금지 협약 — 국제 사회의 경고
인간의 개입 없이 스스로 표적을 식별하고 살상하는 무기, 자율 살상 무기 체계(LAWS, Lethal Autonomous Weapons Systems). 이를 흔히 '킬러 로봇'이라고 부릅니다. 국제 사회는 이 기술의 확산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국제인권감시단체(HRW, Human Rights Watch)와 스톱 킬러 로봇(Stop Killer Robots) 캠페인은 70개국 270개 이상의 비정부기구(NGO)로 구성되어, 자율 무기의 전면 금지 및 규제를 위한 국제 조약 체결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2025년 5월 12~13일,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역사적인 첫 유엔 총회 공식 회의가 열렸습니다. 96개국 대표단, UN 기관,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및 NGO가 참여한 이 회의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Antó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은 킬러 로봇을 "정치적으로 용납할 수 없고, 도덕적으로 혐오스러운" 무기라고 강하게 규정하며, 2026년까지 법적 구속력을 갖는 국제 조약 체결을 촉구했습니다. 120개국 이상이 이 제안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율 무기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는 인도, 이스라엘, 러시아, 미국 등 주요 군사 강국들이 조약 협상을 반복적으로 차단하고 있습니다. 유엔 재래식 무기 협약(CCW) 체계가 만장일치 원칙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강대국 한 나라가 반대하면 조약이 성립되지 않습니다.
HRW는 2025년 4월 발표한 보고서 「인권에 대한 위험(A Hazard to Human Rights)」에서 자율 무기의 5가지 핵심 위험 요소를 지목했습니다.
| 위험 요소 | 내용 |
|---|---|
| 책임 공백 | AI가 민간인을 살상해도 법적 책임 주체가 불분명 |
| 예측 불가능성 | 전장 상황에서 AI가 의도치 않은 판단을 내릴 가능성 |
| 확산 위험 | 기술 이전·해킹으로 테러 조직이나 독재 정권 손에 들어갈 수 있음 |
| 군비 경쟁 가속 | AI 무기 개발 속도가 국제 규제 논의 속도를 압도 |
| 인간 존엄성 침해 | 인간의 생사를 알고리즘이 결정하는 것 자체가 존엄성 훼손 |
전쟁에서 인간이 방아쇠를 당기는 것과 알고리즘이 방아쇠를 당기는 것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그 차이를 국제 사회가 규범으로 못 박을 수 있을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결론: 전장이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
저는 오늘도 인테리어 현장을 뛰어다닙니다. LED 스크린을 납품하고, 견적서를 씁니다. 그런데 그 스크린에서 흘러나오는 뉴스에는 드론 스웜이 도시를 덮고, AI가 표적을 찍고, 해커가 발전소를 멈추는 장면들이 등장합니다.
AI 전쟁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세계 석유의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가 막히면 우리나라의 기름값이 오릅니다. 사이버 공격으로 한 나라의 전력망이 다운되면 그 충격은 국경을 넘습니다. AI 무기의 확산은 결국 어느 나라도 예외 없이 노출되는 위험입니다.
기술이 전쟁을 바꾸는 속도는 인간의 규범과 제도가 따라잡기 어려울 만큼 빠릅니다. 유엔이 "정치적으로 용납할 수 없다"라고 선언하는 동안에도, 강대국들은 AI 무기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기술 혐오가 아닙니다. 이 기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그 방향을 인간다운 가치 위에 세우려는 노력입니다. 앞으로가 두렵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눈을 뜨고 지켜봐야 합니다.
출처
- ISIS Reports — Did Stuxnet Take Out 1,000 Centrifuges at Natanz? (2011)
- IEEE Spectrum — The Real Story of Stuxnet
- U.S. EIA — Strait of Hormuz remains critical oil chokepoint (2025)
- Breaking Defense — Baykar unveils K2 Kamikaze drone with AI, swarming capabilities (2026)
- Euromaidan Press — Bayraktar is back with AI (2025)
- Small Wars Journal — Drone Warfare in Ukraine: AI, Swarms, and the Kill Zone (2026)
- Chatham House — The Iran war highlights the creeping use of AI in warfare (2026)
- Resecurity — Iran War: Kinetic, Cyber, Electronic and Psychological Warfare Convergence (2026)
- HRW — A Hazard to Human Rights: Autonomous Weapons Systems (2025)
- UN News — UN chief calls for global ban on killer robots (2025)
- Stop Killer Robots — 156 states support UNGA resolution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