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볍게 시작된 이야기, 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관계
2021년 개봉한 장르만 로맨스는 제목 그대로 로맨스 장르를 코미디와 여러 사람의 관계를 녹여 연출한 작품이다.
처음에는 가볍고 유쾌한 분위기로 시작하지만 영화가 진행될수록 관계의 복잡성이 드러나면서 예상치 못한 여운을 남긴다.
주인공역을 맡은 류승룡은 한때 잘 나가던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세에 오른 인물이지만 도무지 다시 도약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글도, 사생활도 엉망진창인 가운데 그의 주변에 각자의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얽혀있다.
전부인, 현부인, 아들, 제자, 친구, 새로운 연인 등 이들이 만들어 내는 관계의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영화의 핵심이다.
영화 초반에는 이런 관계들이 단순한 해프닝처럼 보이지만 점점 인물들 간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영화에 몰입하게 된다.
다양한 캐릭터와 현실속의 관계
영화를 보며 느꼈던 영화의 강점은 각각의 캐릭터들이다. 각자의 사연을 가진 인물들을 입체적이고 설득력 있게 연기했고, 그들의 대사 하나하나가 자연스럽게 와닿았다. 특히 주인공의 전 부인과 관계라던지, 그와 제자의 관계는 미묘하며 기존의 로맨틱 코미디에서 쉽게 몰 수 없는 색다른 설정이다.
로맨스지만 사랑이야기보다 성장 스토리를 더 담고 있는 듯하다. 영화는 사랑과 우정, 배신과 용서가 얽힌 관계를 잘 풀어나가야 하는 숙제를 던져준다. 해피엔딩이 되기까지, 현실에서의 관계가 그렇듯 얽혀있는 실을 조심스럽게 풀어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의 열린 결말은 영화가 끝난 후 관객들에게 스스로 생각헤보게 만들며, 영화를 보고 난 후에도 한동안 그 여운이 가시지 않았다. 영화를 본 이후 다른 사람들의 생각이 궁금해 여러 차례 검색도 해보았다. 영화의 제목처럼 이 영화는 장르만 로맨스이지 그 안에는 더 많은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게 분명하다.
유머 속에 숨겨진 현실
영화가 우리가 아는 단순한 로맨틱 코미디를 넘어서는 이유는 바로 그 속에 담긴 현실적인 풍자가 있기 때문이다. 영화 속 유머는 단순한 웃음을 그 뒤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부딪히는 현실적인 문제를 보여준다. 주인공이 처한 위기 상황과 그가 빠지는 난처한 상황들은 평범한 현실과는 다르게 조금은 과장되어 있지만, 그 속에 녹아 있는 메시지는 깊은 공감을 선사한다.
특히 영화에서 그린 창작자의 고뇌와 인간의 도덕적 딜레마는 창작자가 아니더라도 인간의 도덕적 가치안에서의 갈등은 누구나 한 번쯤을 공감할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또한 비오는 날 우산 씬이라던지, 사랑하는 사람의 뒷모습을 촬영하는 장면은 예상치 못한 가슴 찡함을 느끼기도 했다.
나뿐만 아니라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를 보기 시작했겠지만 중반을 넘어가고 후반부로 달려갈수록 등장인물들의 갈등과 선택에 몰입이 되며 깊은 인상을 남길 것이다.
끝나지 않는 관계, 열린결말로 이어지는 이야기
영화를 다 보고 난 후,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들의 관계는 과연 어떻게 끝났을까?'라는 궁금증이다. 영화 안에서 명확한 결말을 보여주지 않고 열린 결말을 선택한 만큼, 보는 사람과, 시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영화를 보며, 제자의 외사랑이 안쓰러우면서도 우리정서에 맞지 않는 부분은 안타까웠다. 그럼에도 제자의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응원하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더욱 인상 깊었던 이유는, 분명히 가볍게 웃으면서 시작한 영화라는 것이다.
가볍게 웃으며 보다가 결국은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로맨스'라는 한 장르로 함축하긴 너무나 복잡하다. 영화는 그런 점을 유쾌하면서 깊이 있게 풀어내며 관객들에게는 생각할 거리를 남겨준다. 마치 한 편의 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드는 이 영화는 뒷이야기를 내 맘대로 상상하며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상상하며 마무리했다. 로맨스 속에서도 충분히 사회문제나 철학적인 문제를 던질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고 끝난 것 같지만 결코 끝나지 않은 사람과의 관계를 그린 영화 '장르만 로맨스' 추천할 만한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