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이 지나도 생생한 걸작
2005년 개봉한 왕의 남자는 시대극이지만, 기존의 사극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감정을 깊이 파고든 작품이다.
조선 연산군 시대를 배경으로 하며, 연산군의 재미를 위해 연산군을 위하여 궁으로 들어간 광대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 왕의 남자는 그 당시 신선한 연출을 선보였으며, 정치적인 긴장감이 감도는 궁안에서 연기하는 광대들의 공연은 나를 웃음 짓게 하기도 하고 눈물짓게 하기도 했다. 또한 웃음을 넘어 날카로운 풍자까지 함께했다.
한 시대를 주름잡는 왕과 그런 왕을 둘러싼 갈등 속에서 감우성(장생 역)과 이준기(공길 역)의 열연은 그 당시로 빨려 들어간듯한 몰입력을 느낄 수 있었고, 그들의 감정이 오가는 섬세한 연기는 그 둘의 팬이 되기에 충분했다.
신인 배우 이준기의 공길
영화 속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인물을 뽑으라고 하면, 단연 공길 역이 이준기라고 말하고 싶다. 당시 신인이었던 그는 공길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독보적인 존재감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이름과 얼굴을 알리는 작품이 되었다.
이준기는 중성적인 외모와 섬세한 감정 연기로 모든 장면들에서 관객의 눈을 사로잡았고, 연산군 역의 정진영과 함께한 장면에서는 그 둘의 미묘한 감정선이 아슬아슬했다. 공길은 연산군에게 광대 그 이상의 특별한 감정을 느끼게 하며 영화의 감정적 중심을 이루는 인물로, 연산군이 공길을 바라보며 시시각각 변화하는 미묘한 표정 변화와 눈빛 연기는 영화를 보는 내내 나의 감정을 움직이게 했다. 이준기는 이 영화로 스타덤에 오르는 결정적인 발판을 마련했고, 중성적인 이미지의 시초가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웃음과 눈물이 공존하는 이야기
왕의 남자는 비극으로 끝나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영화 곳곳에서 웃음을 유발하는 장면들이 우리를 웃음 짓게 한다. 특히 광대패가 공연을 펼치는 장면들은 익살스럽고 해학적인 요소를 담고 있기 때문에 조선시대의 민속 연극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처음에는 궁에 들어가 번지르르하게 공연을 하고 대접받는 장면들이 이제 광대들이 팔자를 폈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행복해했지만, 공연을 할수록, 그리고 연산군이 공길을 자주 찾으면서 광대패 대장 장생은 궁을 벗어나서 자유롭게 살던 때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 결국 영화가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감은 점점 고조되며 광대들은 웃음을 잃게 되고, 비극을 향해 나아간다.
광대패의 행복을 응원한 나로써는 가슴이 먹먹해지는 장면들이 후반부에 전개되면서 많은 눈물을 흘렸다.
그래도 광대패들 덕분에 많이 웃었던건 그중 유해진이 연기한 육칠이라는 캐릭터 덕분이다. 광대패 속에서도 유일하게 현실적인 인물로, 무거운 분위기를 유머러스하게 풀어주며 작은 웃음을 선사했다.
조연이었지만 영화의 정서적인 균형을 맞추는 중요한 캐릭터로 유해진 특유의 인간적이고 유쾌한 연기 덕분에 슬프기만 한 영화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연산군을 연기한 정진영 역시 빼 놓을수 없는 인물이다. 그는 조선시대의 폭군이었던 연산군을 연기하며 내면의 갈등과 광기가 공존하는 복잡한 인물을 너무 잘 표현하였다.
어린 시절의 상처와 어머니에 대한 외로움이 그를 잔혹한 괴물로 만들었고 그런 그를 공길은 조금 다르게 보듬어주었다.
공길에게 진정한 위로를 받은 연산군은 공길을 바라볼 때 소유욕과 사랑 그리고 집작이 보였다.
영화는 비극으로 끝나지만 마지막장면에서 줄을 타며 웃고 있는 장생과 공길의 모습은 행복해 보였다.
새드엔딩이 주는 생생한 감동
20년이 흐른 지금도 왕의 남자는 나에게 잊히지 않는 영화로 남아있다. 특히 영화의 OST는 내가 노래방에 갔을 때 꼭 불렀던 노래로 절절하고 애절한 배우들의 장면과 너무 잘 어울리는 음악이다. 지금 들어도 너무 좋은 이 노래와 모든 장면이 하나로 20년이 흐른 지금도 몇몇의 장면들은 생생하게 기억한다. 감우성과 이준기의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들은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르며, 공길과 장생이 나누는 줄위에서의 마지막 순간은 가슴을 울리고 나를 눈물짓게 한 명장면 중 하나이다. 영화가 전개되는 동안 웃기도 하고, 많이 울기도 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새드엔딩이지만, 영화가 주는 여운은 더 깊었다. 비극적인 결말이지만, 결말이 치닫기 전까지 많은 감정들을 느낄 수 있었고, 당시 신인 배우로 처음 봤던 이준기의 연기는 충격이었다. 신인이 이렇게까지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의 몸짓과 눈빛은 그가 대배우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변하지 않는 감동을 지닌 영화 왕의 남자를 보지 않았더라면 꼭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