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관객의 선택-광해, 왕이 된 남자
2012년에 개봉하며 대한민국에서 큰 사랑을 받은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는 12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이다.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왕과 똑같은 얼굴을 가진 광대가 왕을 대신해 위기에 처한 조선을 이끌어 가는 이야기를 재미와 감동을 동시에 선사했다. 이 영화가 천만 관객을 사로잡은 이유는 명확하게 보인다. 탄탄한 스토리 전개와 배우 이병헌의 압도적인 연기력이 영화의 성공을 이끌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한 작품에서 두 가지 전혀 다른 캐릭터를 연기하며 왕과 광대의 극적인 신분차이를 완벽하게 표현했다.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역사극을 넘어 시대적 현실을 담았고, 광해라는 실존 왕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역사에 대한 호기심 또한 갖게 해 준 작품이다.
왕과 광대를 연기한 이병헌
배우 이병헌은 극 중에서 진짜 왕 '광해'와 광대 '하선'이라는 극과극의 신분을 가진 캐릭터를 연기했다. 광해는 권력의 중심에서 끝없는 두려움과 불안 속에 살아가는 군주이고, 광대 하선은 자유롭게 살아가는 천한 신분을 가진 자이다. 천한 광대가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왕의 역할을 하게 되며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서 이병헌은 두 인물의 감정과 캐릭터의 다름을 탁월한 연기로 표현했다.
광해의 무겁고 무서운 눈빛과 하선의 익살스럽고 개구진 표정을 함께 보여주는 장면들은 이병헌의 연기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은 지를 다시 한번 증명한다. 그가 아니었다면 이 영화가 이만큼 설득력 잇게 다가왔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광대 하선이 진짜 왕이 되어 가는 과정은 몰입할 수 밖에 없는 장면이었다.
신분의 한계
하선은 원래 천한 노비이자 광대에 불과했으며, 그는 예기치 못한 사건이 생기지 않았더라면 계속 같은 삶을 살았을 것이다.
하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이 생기며 왕의 역할을 수행하게 되고 천한 노비였던 하선은 점점 백성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냥 왕 인척 앉아만 있으라는 지시와 다르게 그는 점점 백성들의 편에 서서 이야기를 하며 정치를 펼친다.
신하들이 당연하게 여겼던 부조리를 없애려 노력하고, 그 전과 다르게 변한 선한 왕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며 많은 신하들은 감명을 받게 된다. 일부는 의심을 하지만 결국 하선의 인간적인 면모에 감동하여 옆에 남아있기도 한다.
하지만 영화는 하선의 이야기로만 끝나지 않는다. 진짜 왕이 치유되며 하선은 결국 본래의 신분으로 돌아가야하고 태어날 때부터 신분이 정해진 사회에서 설령 왕의 그릇을 지닌 사람이라도 결코 왕이 될 수 없었던 가혹한 신분차이. 영화는 이러한 시대적 한계를 보여주며 천한 광대의 이야기이지만 한 사람의 리더십이 가져올 수 있는 나라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왕의 자리에 앉았던 자, 결코 살려 둘 수 없다는 진짜 왕 광해의 말에 그동안 하선을 바라보며 많은 감명받은 자들은 그를 지키려 한다. 천한 광대이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던 하선, 노비 신분으로 태어난 게 안타까울 뿐이었다.
감동과 완벽한 완성도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역사극 이상의 감동과 긴장감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광대 하선이 왕의 역할을 대신하며 그의 정체를 숨기며 살아가는 과정에서 웃음과 조마조마한 긴장감을 느꼈다. 왕처럼 보이지 않는 모습과 익살스러운 연기는 모두에게 웃음을 선사했고, 그가 점점 왕이 되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진한 감동을 받았다.
왕비와의 관계도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 중 하나이다. 진짜 왕 광해와는 전혀 다른 모습에 왕비도 의심을 했지만, 그의 진심과 그의 다정함에 빠지게 된다. 그의 정체를 알게 되었을 때, 그를 살리려 하고 배를 타고 떠나는 모습을 홀로 바라보는 모습은 둘의 관계가 사랑이었을까?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또한 신하들과의 갈등이나, 왕을 위협하는 세력들과의 대립 등 영화는 치밀하고 완벽하게 전개되며, 무엇보다도 이병헌이 보여준 연기력 덕분에 영화가 더욱 빛이 난 건 사실이다. 이 영화는 나에게 있어 인생 영화 중 하나이며, 몇 번을 다시 봐도 지루하지 않은 작품이다. 천만 관객이 선택한 이유는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며, 훌륭한 연기, 탄탄한 스토리, 그리고 감동과 긴장감이 조화를 이룬다.
이영화를 아직 보지 않았다면 꼭 한번 감상해 보길 추천한다. 그리고 이미 본 사람이라면 다시 한번 감상하며 새로운 시선으로 새로운 감동을 느끼길 바란다.